티스토리 뷰
수능을 망쳤다면 바로 입대는 어떨까요? 군대에서 수능공부의 장단점 (수험생들, 학부모님들, 미필자분들 꼭꼭꼭 보세요!! 두 번 세 번 보세요!!)
<어른이s> 한진 2023. 6. 10. 09:05목차
수능이 드디어 끝났습니다. 성적의 승자에겐 높은 자존감과 주변인들의 칭찬이 쏟아지지만, 실패자는 아쉬움과 후회 그리고 미친 집착을 안습니다. 본인이 원했던 대학진학에 성공한 어른이들은 주어진 길을 따라가면 그만이지만, 그러지 못한 어른이들은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N수? 유학? 우선 입학 후 나중에 편입? 남학생이라면 병역신체검사를 얼른 진행하고 1-2월쯤에 바로 입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이게 뭔 개소리인가 싶지만, 이는 사실 엄청난 전략이기도 합니다. 만약 본인이 N수를 한다 가정했을 때 어떤 나쁜 감정이 자주 들까요? 바로 남들이 놀 때 난 N년이란 시간이 이미 뒤쳐져 아직도 공부를 하고 있다는 ‘시간의 상대적 박탈감’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초, 중, 고에서 반 친구들과 같은 스케줄로 지내왔습니다. 같은 수업, 같은 급식, 같은 수능까지 동일한 형태로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앞에 있는 쟤보다 성적이 밀렸을 순 있겠지만, 시간이 밀려버렸다는 생각은 요만큼도 느끼지 못합니다.
그런데 N수는 N년이란 시간을 오로지 내 의지대로 남들보다 더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시간의 상대적 박탈감’에서 나오는 부담감과 불안함은 실로 엄청나다는 것입니다. 그 나쁜 감정 때문인지 먼저 대학에 간 친구들의 SNS는 거들떠보지도 않으며 커뮤니티에 올라온 N수 후기만 잔뜩 보며 위로를 받습니다.
제 생각엔 N수하는 N년이란 시간 동안 남들보다 이렇게 시간이 밀려 박탈감을 느낄 바엔 차라리 어차피 썩힐 군대의 시간을 잘 이용해 밝은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더 크게 생각해보자 이 말입니다. 20살 2월부터 21살 8월까지 18개월의 복무기간 동안 군 자기계발 시간을 틈틈히 이용해 수능 공부를 하고, 21살 7월에 나와 11월까지 4개월 동안 수능 마무리 작업을 깔끔하게 하여 입시에 성공한다면 진짜 인생을 22살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남자의 평생의 짐이 사라지는 건 물론, 후에 생길 여친의 곰신이 뒤집어질 일도 없으며, 학생예비군으로 1-4년차를 모두 채우니 누구처럼 2박 3일 동안 팔려갈 걱정도 깔끔히 사라집니다.
‘그래도 바로 N수해야 공부한 걸 안 까먹죠~’
바로 N수하면 공부에 몰입할까요? 아마 6평까지는 의지가 해이해져 멍 때리는 시간이 더 많을 것입니다. 수능까진 아직 시간이 많아 보이니 실감이 안 나며 한 번 하기 싫어했던 걸 또 하려니 몸 속에서 진저리가 나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군대에서 공부하는 게 낫다고 보는 게, 남들보다 N년의 시간과 비용을 더 써 수능을 공부하는 거랑 어차피 해야 할 국방의 의무를 다 하면서 수능을 공부하는 것 중 부담감 측면에선 후자가 훨씬 낫다는 것입니다. 군대에서 모은 적금이 있으니 전역 후 공부 비용을 부모님한테 찡찡거리며 달라고 할 필요도 없으며, 22살부터 인생을 시작한다고 가정했을 때 현역에 비해 시간이 밀리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20대 초반의 어른이들에게 군필이란 타이틀은 아주 선망의 대상이니, 상대적 우위감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군대를 굉장히 일찍 가니 나보다 어린 선임한테 반말을 들을 일도 없습니다.
만약 이 작전이 성공해 22살의 새내기가 된다면 진짜 엄청난 자존감이 생길 것입니다. 대학 동기들이 군대 문제로 머리 썩힐 때 나는 롤 스킨을 뭐 쓸지 고민하고 있으면 되며 인생의 두 역경을 한 번에 모두 끝내니 사람 자체가 되게 여유로워집니다.
군대란 융통성 없는 집단에서 18개월 동안 배운 인간관계 역량과 커뮤니케이션 능력, 인내, 끈기 하기 싫을 때 내뿜는 찡찡거림과 남들 몰래 뭔가를 이득보려는 간사함의 내면을 어른스럽게 단련한 내적 성숙도로 수능 공부를 하거나 첫 20대 생활을 대학에서 시작한다면 남들보다 훨씬 가치있는 과정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모습은 타인으로부터 멋진 성인으로 보이기도 하며, 사회적 듬직함을 좋아하는 여학생들에게 남성스러움으로 비춰지기도 합니다.
이렇듯 본인은 이번 수능을 실패한 후,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기분을 느꼈겠지만, 아직 이렇게 괜찮은 선택권은 남아있습니다. 근데 지금까지는 사실 좋은 이야기만 한 것이고, 위 방법은 사실 여러 단점을 낳습니다.
첫번째는 정신적 고통이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상당하다는 것입니다. 수능이 끝난 수험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정신적 휴식’입니다. 안 그래도 폐쇄적 고등학교에서 공부한 수능을 망쳐 화딱지가 쏟는데, 또 다시 폐쇄적 집단으로 향하여 마주한 여러 무식한 인간들, 딱딱한 수직관계, 말도 안 되는 조직 문화에 여러 번 치인다면 절망과 우울함이 남들보다 세 배로 다가올 것입니다.
두 번째는 군대에서 공부하는 건 원래 엄청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건 애초에 상위권 성적의 수험생을 위한 전략일 확률이 높습니다. 흔히 미필들은 군대가 무슨 고등학교 야자시간 마냥 하루의 근무와 훈련이 끝나면 개인정비시간에 편히 공부도 할 수 있고 선후임과 친구처럼 편하게 시시덕거리며 무료하게 시간이 흘러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답은 ‘NO’입니다. 쉬는시간에도 자꾸만 귀찮게 불러서 일을 시킵니다.
‘에이~ 개인정비시간에 일을 왜 시켜요~ 말도 안 돼~’
방금 정답이 나왔습니다. 군대는 말이 안 되고 융통성 없는 집단이라는 것입니다. 얼마나 사람을 못 살게 구는지 모르겠습니다. 좀 쉴라하면 청소하라 그러고, 공부에 집중 좀 하려면 총기 닦게 내려 오랍니다. 웃긴 건 몇몇 등신같은 간부들은 그게 애들을 위한 건 줄 안다는 것입니다.
“애들 아무것도 안 하면~ 시간 더 안 가~ 우리가 뭐라도 시켜야 시간이 빨리 가지~”
인문학적 소양이 결여된 어른이가 상급자의 탈을 써버리면 이런 개새끼로 진화합니다.
또한 군대 자율시간에 주변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누워서 넷플릭스 보거나 위에서 쇠질합니다. 남들이 저렇게 노는데 나만 혼자 공부방에 엉덩이 붙이고 수능특강을 펼치는 게 쉬울까요? 그저 불침번 하고 난 다음날 내 머리가 띵해지니 눕고만 싶어집니다. 명문대에 멋지게 합격하고 누워서 여친이랑 전화로 전역기념 여행계획을 짜고 있는 최고참 선임이 마냥 부럽게 느껴지기만 합니다.
그러다보니 성적을 중위권에서 상위권으로 올리려는 학생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기껏해야 4개월인데 이 기간에 성적이 바짝 오른다면 복무기간 동안 머리의 어떤 좋은 부분이 드디어 뚫렸다고 밖에는 볼 수 없습니다.
즉 군대에서 수능 공부를 한다는 건, 몰랐던 개념을 새로 정립하는 것이 아닌, 원래 잘했던 상위권 애들이 이미 알고 있는 걸 개인정비시간 틈틈이 검토해서 스스로 문제의 개념과 풀이의 감을 까먹지 않게 만들고, 전역한 후 부족한 부분의 마무리를 스스로 지을 수 있게 마음가짐을 잡는다는 것이고, 이게 결국엔 베스트라는 것입니다. 애초에 군대에선 와이파이도 안 되며, 폰 쓰는 시간도 내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없으니, 인강을 원활히 듣는 것도 거의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마지막은 군대에서 진로 고민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군대 안에서 만난 사람들과 18개월 동안 제일 많이 하는 이야기가 무엇일까요? 바로 ‘전역하면 사회에서 무엇을 할까’입니다. 대학에서 새로 만난 여러 전공 교수들, 전국에서 모인 과 동기 선배들과 1년이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생각을 교류한 후 군대에서 진로를 고민해보는 거랑 입시의 자의식이 꽉 찬 상태로 군생활에 임해 갑자기 진로를 고민해보는 건 아예 질이 다릅니다. 남들은 취업을 위해 자격증을 공부할 때 나는 전역 후 어떤 수능 강사의 파이널 수업을 들을까 고민이 치우쳐 있으니 딴 세상에 와있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청소년 때부터 성공의 의지가 강하고, 개인적이며, 인생의 시간을 전략적으로 사용하려고 노력해왔던 제가 만약 수능을 망친 수험생이었다면 마음을 독하게 먹고 이 방법을 선택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여담이지만, N수에 실패해 우울증이 오더라도 사회에선 그 어떠한 변명도 안 통합니다. 사회는 그만큼 개인적 억울함을 하나하나 들어줄 만큼 자비로운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곧 성인이 될 당신에게 여러 선택의 자유가 주어진만큼, 그 선택의 책임감과 부담감도 이제는 함께 수반됩니다.
<어른이s> 채널은 수험생의 여정을 열심히 응원합니다.
'<어른이s> 대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치 (인간관계 & 연애 도저히 못 하겠는 사람 꼭 보세요!!) (3) | 2024.06.09 |
---|---|
소문 나빠졌을 때, 그 대처법 (0) | 2024.06.09 |
대학생이 현타오는 과정 (1) | 2023.06.09 |
대학교 과대하면 현타오는 이유 (1) | 2023.04.22 |
20대 인간관계, 그 대비법 (2) | 2023.0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