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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과 신입생 영희는 즐거운 마음으로 새내기 시절을 보냅니다. 기나긴 수험생활 끝에 얻은 스무 살 감성은 달콤했습니다. 신입생 오티 때 처음 만난 동기, 선배들과 좋은 분위기가 무르익어가자, 번호교환을 하고 여기가 몇 지망 대학이었는지 솔직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대학오니까 괜찮은 애들 밖에 없네 ㅎㅎ”
강의 들으러 가는 길에 동기들을 마주할 때마다 웃으며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영희는 고등학생 때 했던 학생회의 연장선으로 미컴 과학생회에 자발적으로 참여합니다.
“영희야 생일 축하해~ ㅎㅎ”
무려 70명 넘게 생일축하 메시지와 깊티를 받은 영희의 일상은 눈코뜰새 없이 바쁩니다. 고등학교 친구들 모임, 동기 모임, 학생회 모임, 학회, 동아리 등 늘 친구들한테 둘러싸여 즐거운 스무 살을 보내는 영희는 몇몇 친구들의 카톡을 안읽씹으로 대처합니다.
‘나중에 답장해야지....’
1학년 2학기가 되자 조금은 현타가 옵니다.
지난 학기 땐 평생 볼 것처럼 웃으며 다함께 술 마시고 놀 땐 언제고, 쫙쫙 노는 무리가 나뉘어, 본인이 속한 무리의 친구들 아니면 놀 일도 거의 없습니다. 술 먹고 실수하거나 과CC하다 벌써 헤어져 안 좋은 소문이 난 애들도 하나둘씩 생겨나고, 시간이 지나 보이는 동기들의 이기심에 정 떨어져 서로 욕하는 애들도 수두룩합니다. 더 높은 대학 간다고 반수한다는 애들은 타 동기들의 질투심과 배신감의 대상이 됩니다.
다른 애들이 공로장학생같은 걸로 장학금 받으며 일할 때 나는 학생회로서 매번 이곳저곳 불려가 무료봉사해도 내 고생 알아주는 사람은 한 명 없으니, 학생회 들어간 게 조금 후회가 됩니다.
2학년이 된 영희는 현타가 쎄게 옵니다. 새롭게 입학한 새내기 후배들 중에 동갑인 친구들이 많자, 학생회 선배로서 바쁜 시간 쪼개 밥사주고 좋은 교수님 고르는 꿀팁도 마구마구 건넵니다.
‘애들이 나를 좀 알아주겠지...?’
는 개뿔.... 후배들은 지들끼리 노느라 내 선의엔 관심도 없습니다. 친했던 남자애들은 하나둘씩 군대로 떠나 연락도 안 되고, 주변 여자애들도 곰신하다 쎄게 데여 기분이 영 안 좋아보입니다.
생일 축하 메시지는 약 30명, 1년새 절반 넘게 줄어 그 많던 친구들이 다 어디 갔나 싶습니다. 영희는 ‘인간관계’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에브리타임에 검색해봅니다.
3학년이 되자 같이 다녔던 과동기 무리 애들도 다 지네일 하느라 바쁩니다. 인스타에 올라오는 건 친구들이 대외활동하며 그쪽 사람들이랑 재밌게 노는 모습, 가족끼리 어디 좋은 여행지 간 모습, 오래 안정적으로 연애하는 모습 등 나빼고 행복해보이는 사진만 잔뜩 올라오고, 자격증 공부하는 애들은 아예 인스타를 비활해놓아 눈꼽만큼도 안 보입니다.
어느 순간 내가 그들에게 먼저 연락하지 않는 이상, 연락 한 통 안 온다는 현실에 영희는 괴롭고 외로워합니다.
‘나만 이런 건가... ㅜㅜ’
엄마는 내 마음을 알지도 못하면서, 취업은 언제하냐고 잔소리만 내뿜습니다.
“너 어떤 기업갈지 좀 생각해봤니? 다른 애들 다 취업 준비 슬슬 시작하는데 넌 뭐하는 거야!!”
생일 축하메시지는 고작 12명, 그것도 정말 찐친 애들입니다. 예전 같았으면 ‘누구야, 코노나 가자 ㅎㅎ‘ 톡 보내면 금방 같이 노래불렀을 법한 친구들이 이제는 다 떠나갔다는 뼈아픈 현실에 영희는 억지로라도 할 일을 만들어 하루를 바쁘게 지내봅니다. 남들처럼 대외활동을 시작했으나, 세상에 날고 긴 대학생들이 이렇게 많았나 영희는 또 한 번 현타가 옵니다.
4학년이 되자 나이를 잔뜩 먹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분명 나는 20대 초반이었는데, 어느 순간 ‘ㅅ’자가 들어간 내 나이가 싫습니다. 현장실습 간 스타트업에선 직원들이 일 못한다고 자꾸 나만 혼냅니다.
막 복학한 남자애들은 아직 2학년이라고 벙쪄있는 모습이 가끔씩 부럽기도 합니다.
생일 축하 메세지는 기껏해야 9명 남짓, 날 기억해주는 사람 있다는 거 자체를 이제는 감사하게 여깁니다.
하반기쯤 되니 뜨문뜨문했던 친구들의 인스타에서 조금씩 소식이 들려옵니다. 누구는 취뽀를 했고, 누구는 창업을 준비하고, 누구는 금수저라 맘 편히 여행다니는 것만 같습니다. 유리 이 년은 언제 대기업에 붙었나 사원증만 스토리에 떨렁 올립니다.
학생회, 동아리, 대외활동, 현장실습 뭔가를 그렇게 해댔어도 뭐하나 제대로 이루지 못한 내 자신을 보며 초라함을 느낍니다.
‘난 그동안 뭐했을까....’
그렇게 영희는 우울증의 소용돌이로 빠집니다.
이 이야기는 요즘 대학생들이 겪는 현실로 점점 멀어지고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성인 인간관계에 가장 큰 현타가 오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영희는 왜 현타를 느꼈을까요?
대학이란 곳은 기본적으로 개인적 성향이 강한 집단입니다.
고등학생 땐 3년간 한 집단에 있으니 친구끼리 대화 나누기 편하고, 시간표도, 대입이란 목표도, 나이도 같으니 움직이는 동선이 거의 비슷합니다. 서로가 서로의 할일을 확인해봤을 내가 몰랐던 걸 쟤가 하고 있으면 ‘나도 해봐야되나?’라는 정보도 금방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학이란 곳은 같은 학번이라도 수업 스케줄도, 목표하는 바도, 만나는 사람도 각각 너무 다르니 개인적 동선이 천차만별이며
동갑인 사람끼리도 대학생활의 짬은 상이하니, 학번 다른 사람을 처음 마주할 땐, 그저 선배와 후배 관계가 될 뿐, 편한 친구로는 초반엔 느껴지지 않는 게 20대 초반 어른이들의 현실입니다.
학년이 거듭될수록 그 개인적 동선의 격차는 점점 심해져 우연히 마주치지 않는 이상 서로 얼굴보기 힘들 뿐더러 경험해보지 못한 대학교 밖 세상이 나는 처음이라 새롭지만, 누군가에겐 이미 익숙한 환경이라 부족한 내 모습이 뻔히 보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성인이 된 이후의 인간관계는 나이나 학번이란 숫자로도 관계가 결정되지만, 많이들 경험과 경력에서 초반 인간관계가 갈립니다.
친하게 지냈던 친구의 좋은 소식을 SNS로 처음 보았을 때 20대 초반엔 ‘이런 건 나한테 먼저 알려야하는 거 아니야’라는 서운함을 안고, 20대 중반엔 ‘하... 난 언제 붙을까...’와 같은 상대적 박탈감을 안습니다.
그냥 친구가 보고 싶으니까 보낸 톡이 이제는 ‘용건도 없는데 왜 보낸 거지’라고 느껴집니다.
이렇듯 순수했던 친구관계는 나이가 들수록 점점 비즈니스적이고 독립적으로 변합니다.
그렇다면 영희와 같은 어른이들은 어떤 식으로 사고해보면 좋을까요?
인간관계를 대학생 관점이 아닌, 사회적 관점으로 바라봐보는 것입니다.
대학생이 사회적 인간관계를 바라봤을 땐 현타가 심하게 오지만 사회인이 사회적 인간관계를 바라봤을 땐 어찌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해야할 게 산더미인데 어느 때나 좋은 관계를 길게 유지할 수도, 남한테 좋은 말만 듣고 나이를 먹을 수도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어른들한테 이런 고민을 얘기하면 ‘바쁘게 살아봐‘라고 말하는 이유도 누구나에게 점점 멀어지는 인간관계를 사회적 측면으로 바라봤을 땐 당연한 일이니 미련 갖지 말고 나의 가치를 올리는 데 시간을 투자하면 과거의 감정은 점점 잊혀져 현재에 집중할 수 있는 정신력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인간관계는 인간관계가 우선 순위가 아니여야만 잘할 수 있게 됩니다.
지나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지금의 인간관계가 가장 편하고 좋을 때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어느 때나 지금을 즐길 줄 아는 자아가 만들어지는 순간이 어른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모먼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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